| 글로벌튼튼병원 내과센터정기영 센터장
한국최초 우주인이 우주비행을 떠날 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탑승우주인 이소연씨 만큼이나 떨리는 마음으로 그 곁을 지키는 사람이 한명 있다.
한국 최초 우주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우주선 탑승 마지막 순간과 귀환 첫 순간을 함께 할 사람은 다름아닌 우주인 주치의 '정기영' 대령이다.
대령이라는 호칭처럼 그는 공군사관학교 출신 장교로는 드물게 군의관이 된 케이스다. 남들과 다른 것을 즐겼던 왕성한 호기심이 결국 그를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의 첫 주치의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했다.
러시아 출국에 앞서 정기영 대령을 본지가 단독 인터뷰했다.
-공사를 나오면 보통 조종사를 꿈꾸는 데 의사(군의관)이 됐고 우주인 주치의까지 하게 된 점이 무척 특이하다.
"전투조종사였던 아버지(고 정진섭 대령·공사 3기)의 뒤를 잇고 싶었지만 시력이 1.0이 되지 못해 조종사의 꿈이 좌절됐다. 그런데 당시 군의관 양성과정에 참여하라는 공군 지시에 서울대의대로 진학하게 된 것이다.
의대 과정 4년과 레지던트 과정을 이수한 뒤 내과전문의 자격을 땄다. 그런데도 공사 때 축구부를 했을 정도로 활동적인 제게 의사 일은 너무 심심하더라. 그러던 차에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항공우주의학학술대회에 참석했다 항공우주의학을 접하게 됐고, 공군에서 필요한 일인데 미개척분야여서 이거다 싶었다.
세계최초로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형제를 기념해 만든 라이트주립대에서 항공우주의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한국에 돌아왔다. 이후 항공의료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의료원 이름에 '우주' 명칭을 넣었다. 공군이 하늘을 넘어 우주를 장악하는 우주시대를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마침 한국우주인배출사업을 시작했고 많은 의사들이 있지만 정부가 적극 추천해 결국 제가 적임자로 결정났다. 우주인 선발부터 참여해 고산, 이소연씨 주치의까지 맡게 됐으니 운명반, 행운반이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웃음)."
- 우주인 선발이 처음이라 고충이 많았겠다.
"가장 힘들었던 건 러시아에서 어떤 기준도 주지 않고 우리 쪽에 선발기준을 맡긴 거였다. 우주비행을 위해서는 엄정한 선발기준이 필요한데 그 기준도 모르고 있는 우리쪽에서는 내심 당황했다.
그거 공개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이미 전세계는 지금 우주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작은 노하우 하나 서로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
때문에 우주인 선발에 필요한 의학기준을 거의 '맨땅에 헤딩하기' 상태에서 시작해 만들었다. 우주인 선발기간 동안 4번에 걸친 의학적 판정을 한 것도 우리쪽에서는 통과됐는데 러시아에 가서 탈락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에서 더 철저히 한 것도 있다.
결국 러시아에서도 우리기준에 따라 선발된 우주인 최종 후보의 체력과 신체조건을 인정해줬고 그덕에 본인도 수많은 우주의학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게 됐으니 결과적으로 힘든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 사람들이 우주인의 신체조건을 궁금해한다. 고산, 이소연은 과연 얼마나 뛰어난 조건을 갖추고 있나?
"일반인들과 비교해 볼때 월등히 앞서지만 마치 슈퍼맨처럼 대단한 조건은 아니다.
기초체력 면에서는 전국민 5%에 들 정도로 매우 뛰어난 체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체력을 계속 유지해 왔다는 점이다.
이소연씨는 카이스트 재학시절에는 고등학교 동문 농구팀 매니저로 활동하는 한편 태권도 유단자로 알려져 있다. 고산 씨도 평소 복싱과 암벽등반, 축구를 즐겨왔고 파미르 고원에 위치한 7500m 높이의 산도 등반한 경험이 있다. 아마추어 복싱 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신체적 건강함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신적인 건강도 중요하게 평가했다. 이소연씨는 사교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이라 매사에 긍정적이고 호기심도 많다. 고산씨도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정신이 강하고 리더십과 강한 의지로 고난 극복 능력이 뛰어났다.
우주에서는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고,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긍정적이되 사교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1만8000대의 경쟁률을 뚫고 우주인이 된 주요한 이유다."
- 우주인을 가장 가까이 지켜보는만큼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다.
"고산은 이제 "큰형~"이라고 부를 정도고, 이소연씨도 그에 못지 않게 살갑게 대해준다. 한마디로 선발 이후부터 러시아 훈련에서도 동고동락을 같이 한 사이고 그들의 몸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 나라서 그런 것 같다.
한번은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 날씨에 훈련을 한 적이 있는데 방한복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탓에 주치의인 내가 발에 동상이 걸리고 말았다. 우주인은 멀쩡한 데 말이다(웃음).
러시아 훈련을 거치고 지난해 두명의 우주인이 일시 귀국해 한국에서 각종 행사에 불려다니면서 이들 건강에 적신호가 발생했다. 두명 모두 빡빡한 스케쥴과 오랜만에 친구들과 음주로 인해 그만 '감기'에 걸려버리고 만 것이다.
당장 러시아에 돌아가 의학검사를 받아야 되는데 정말 눈앞이 깜깜했다. 한국에서 긴급 치료를 하고 러시아에 가서도 줄곧 지극정성으로 케어해 결국 감기를 다 나아 무사히 테스트를 통과했다. 대단한 체력을 가진 우주인들도 감기 앞에서는 꼼짝을 못했다."
- 우주인 탑승 전후에 무슨 일을 담당하나. 항공우주의학 미래에 대한 제언도 해달라.
"마지막까지 중요한 것은 우주인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일이다. 탑승에 임박해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는 이소연 씨와 각종 의료검진을 받은 후 완전히 격리된다. 외부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감기라도 걸리면 정말 큰일이다.
우주선이 출발하고 무사히 국제우주정거장에 이소연씨가 도착하게 되면 과학실험을 함께 담당하게 된다. 이소연씨는 18가지 우주실험을 하는데 그 중 항공우주의료원은 '우주인의 안압과 심전도 변화 측정'을 담당한다.
하루동안 이소연씨의 안압의 변화를 체크하고 심전도 변화를 체크하는 데 단시간이 아니라 24시간 체크를 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향후 장기간 우주비행 대응책 개발에 중요한 연구자료가 될 것이란 기대다. 이밖에도 우주비행 기간 10일동안 매일 우주인의 몸상태를 교신을 통해 파악하고 그에 따른 의료조치를 우주인에게 전달한다.
이소연씨가 지구에 귀환해서도 임무는 끝나지 않는다. 귀환 후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우주인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긴급 의료조치가 필요하면 응급조치, 정밀검진도 하는 게 내 몫이다. 한마디로 우주인 이소연의 우주비행에 몸만 가지 않을 뿐 매순간 함께 하는 셈이다.
올해 한국 첫 우주인 배출을 통해 항공우주의학도 전환점을 맡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아직 전문인력이 없어 지금이라도 동참하면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일반인들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의사들이 많이 나서줬으면 한다.
피부과나 성형외과처럼 돈을 많이 벌 수는 없지만 정말 독보적인 전문가가 될 수 있으니 꼭 도전해보길 바란다. 언젠가 우주여행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때 항공우주의학도 찬란한 빛을 보일 것으로 확신한다."